2023.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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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다단계 코인 '먹튀'...미주 출몰 '주의보'

다단계 스테이킹 수법...LA, 애틀란타, 달라스 주타겟
피해신고액만 5년간 5조원대..최근 LA서 투자 홍보

 

KoreaTV.Radio 김재권 기자 | 한국서 코인 사기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스테이킹 코인을 모방한 다단계 코인 사기가 미주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LA다운타운 시니어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62)는 지난해 가상자산(코인)에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2만 달러를 넣었는데 두 달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다. 그는 사기 당했다고 믿는다. A씨는  “생활비 아끼며 몇년간 안쓰고 모은 돈으로 나중에 손주들 학비에 보태려고 투자했다”이라며 “시니어 아파트를 돌아다니는 코인 투자 권유하는 아줌마들로 인해 쌈짓돈을 투자해 온 한인 노인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전직 프로그래머 출신 B씨(53)는 절대로 코인 사기에는 속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국 주식/코인방 카톡에 들어갔다가 사기를 당했다. B씨는 절친까지 끌여들여 12만 달러 가량을 잃고 친구들과도 절연된 상태이다. 본인이 철저하게 검증했다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 보니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안 것이 불과 3개월만이었다. 

B씨 피해 사례에는 코인 사기의 전형적 수법이 모두 녹아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투자 컨설팅을 해준다는 한 주식 관련 ‘리딩방’에 초대됐다. 거기서 ‘O코인’ 투자를 권유받았다. 리딩방의 코인 담당자는 소수 초기 투자자들만 싸게 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는 ‘프라이빗 세일’이라며 A씨를 설득했다. 50달러~80달러 짜리 코인을 1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는 거였다. 다만 3개월간 ‘록업(매도 제한)’을 조건으로 걸었다.

2월 말에는 B씨 코인 지갑엔 100만 달러라는 거액이 담겼다. 그러나 록업 해제를 앞둔 올해 3월 원인 모를 가격 폭락으로 코인 지갑엔 달랑 2천 달러만 남게 됐다.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주동자를 매일같이 찾아 이메일과 카톡을 보냈지만, 그때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갑자기 국제 제재를 당했다, 해커 피해를 당해 지갑이 분실됐다 등의 황당한 변명만이 들어왔다. B씨는 확인해 보니 같은 피해를 본 투자자만 수십 명이었다. B씨는 한국 피해자들과 같이 한국과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한국 코인사기단 투자금을 가로챘다며 고소했다.

 

한의사를 남편으로 둔 C씨(59, 부에나팍 거주)는 ‘스테이킹(Staking)’ 상품을 가장한 다단계식 코인의 피해자다. B씨가 투자한 코인 업체는 은행 예·적금처럼 코인을 예치하면 매일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투자자를 모아올수록 지급되는 배당금도 늘어난다고 유인했다. B씨는 1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인들을 참여시켜 그에 따른 별도의 수당도 받았다. 하지만 투자 3개월만인 2022년 1월부터 이자 지급이 끊겼고, 그 얼마 뒤 해당 코인이 상장폐지 되면서 원금마저 허공에 날렸다. B씨 역시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인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5조2941억원에 달했다. 코인 가격 폭락으로 시장이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피해액이 1조원이 넘었다.  최근 5년간 코인 사기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2135명에 이른다.


코인 사기로 인한 강력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서울 강남 납치 살해 사건도 코인 사기를 둘러싼 갈등이 발단이었다. ‘P코인(퓨리에버 코인)’ 투자 동업자였던 이들은 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소송전을 벌이는 적대 관계로 바뀌었고, 청부 살인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선 최근 FBI가 수년간의 함정 수사끝에  LA지역에서 활동하던 1억달러 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코인사기단을 검거해 법정에 세우는 쾌거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피해후 보상은 어렵고 절차가 더딘 만큼 코인 사기의 전형적 수법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스테이킹이나 프라이빗 세일, 록업 등을 조건으로 건다면 의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다단계나 락업이 걸려있다면 절대 투자하지 말아야 하고, 리딩방 등을 이용한 비대면 투자 권유가 이뤄진다면 피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 기반을 둔 신규 코인이 상장된 코인의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도 많이 있다. 초기에 코인을 구매하면 이후 발생하는 코인을 계속 이자로 지급하는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한 코인업체는 마이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가 코인 시세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자 최근엔 또다른 코인업체와 연결해 4월말 LA와 OC에서 대대적인 코인 투자세미나를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