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V.Radio 제임스 유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2년간 대학입학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우대해온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대입정책뿐 아니라 취업 등 미국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 “소수인종 우대입학 제도가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낸 헌법소원을 6대 3, 6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대학이고 하버드대는 가장 오래된 사립대학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판결문을 통해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불굴의 도전, 축적된 기술,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 왔다”며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보충 의견에서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는 도전이 아니라 어떻게 이에 맞설지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이지만 정책을 폐기하는 다수 의견 쪽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진보적 성향의 첫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평등한 교육 기회는 미국에서 인종적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이번 판결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선례와 중대한 진전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과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도 반대의견에 동참했다. 다만 잭슨 대법관은 하버드대 이사 근무 경력 때문에 하버드대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 사건 판결에는 불참했다.
앞서 2014년 SFA는 대학 신입생을 뽑을 때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적용해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면서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SFA 패소 판결이 나왔다. 대학이 인종별로 정원을 할당하거나 수학 공식에 따라 인종 분포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은 1978년 이후 40년 이상 유지돼 온 판례를 뒤집은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이날 “대학입시 제도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게 돼 앞으로 큰 혼란이 일 것”이라며 “소수자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고용 시장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제한하는 등 광범위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주요 수혜자로 꼽힌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가 이 정책을 금지한 뒤 일부 학교의 경우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의 입학 50% 가량 줄었다고 ABC방송은 보도한 바 있다.